로그뺨

.. 어라?

❥ 율 2022. 1. 15. 18:50

위악자는 그냥 지나치지 못 했습니다.






" .. 아파. "


약을 찾기도 전에.. 찾으러 제 방에 들어오기도 전에
그의 아프다는 중얼거림이 제게 들려오고, 에일린은 자신의
청력이 좋다는 것을 처음으로 원망했습니다.

.. 어릴 적에는 그 집에서 나오는데 급급해서,
이렇게 타고난 제 청력을 원망할 수가 없었는걸요.
오히려 고마워해야할 판이였으니까, 에일린은 그 때도
원망하지 않았던 제 청력을 이제와서야 원망했습니다.
나는 왜 귀가 좋은거지? 라고 말이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처음부터 타고나버린 선은 뭘 해도
숨길 수없는 것인지.. 에일린은 이미 머릿속으로는
자신을 원망하면서도 아프다고 중얼거린 그를 위해
약도 먹지 않고 그에게로 다시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는걸요.

에일린은 자신이 약을 먹지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알면서,
2일 연속으로 먹지 않은 상태로.. 무의식적으로 그를 구해야한다고,
그를 도와야한다 생각한다며 자신을 뒷전으로 밀어내었습니다.

그렇게 에일린은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자신의 청력을 원망하고
또 원망하는 생각만을 하다가 쓰러져있는 그에게 다다랐습니다.
에일린의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천천히 몇발자국 더 다가가더니..
그의 바로 앞에서 에일린의 발걸음이 멈췄습니다.

에일린은 그가 아프다고 한걸 똑똑히 들었습니다, 아프다고 중얼거리던
목소리가 그의 것이 아니라고 단정짓기에는 누가보아도 그의 목소리
였는걸요. 그래서 에일린은 자신을 상처입힌, 자신을 아프게 만든
그를 위해서 다시 한번 능력을 사용합니다.


.. 괜찮아요, 약을 억지로 끊은 것도 아니고 백과사전을 들고있지
않은 것도 아니니까.. 더 아플 일은 없을거예요,
에일린은 아픈게
너무나도 무서웠지만.. 너무 두렵지만.. 애써 자기합리화를 해가며
멍이 들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 해겠는 손목에 힘을 주어 다시 한번
그 무거운 백과사전을 들어보았습니다.

아픕니다, 능력을 아직 쓰지않아서 패널티가 추가됐는지는 모르지만..
손목이 너무 아픕니다
, 그리고 그 백과사전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목도.. 너무나 아플 뿐입니다. .. 처음 겪는 고통에 다시 한번, 에일린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옵니다. 그 예쁜 눈에서 반짝이는 눈물들이 하나 둘,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에일린은 그걸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를
깨어나게 할 방법을 백과사전 속에서 찾기 시작합니다.

' 흡혈 '

다시 한번 찾아봅니다, 백과사전은 또 다시 한장 두장.. 펄럭이며
책장이 넘어가더니.. 다쳤기 때문일까요, 약 3초 가량 뒤에야 또 다시
그의 능력에 대한 페이지가 펼쳐졌습니다. .. 에일린은 다시 한번
그 페이지를 전부 읽어봅니다, 이 패널티를 없앨 방법이 있나.

그리고 에일린이 아는 방법은 한가지 뿐이였죠.

" - 피를 억지로라도 마시게 만든다. "

다행일지 불행일지, 에일린의 소지품 중에 혹시 몰라 들고다니는
유리조각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도움이 될 것같다는 제 감을 따라
가지고 다니는 날카로운 유리조각. .. 이것에 베인다면 분명,
많이 아프겠죠. .. 아까 그의 손톱이 제 목을 파고들 때의 고통보다도
조금 더 한 고통이 찾아올거예요.

.. 하지만 에일린은 머뭇일 시간이 없었습니다, 자신이 아픈건 별로지만.. 정말 싫지만, 그가 이대로 못 깨어나는건 더 싫다고 무의식 중에
생각 중이였는걸요. .. 어쩔 수없이 에일린은 반강제로 제 치마 주머니에 들어있던 유리조각을 꺼내들었습니다. 뭐, 다행히도 치마는 찢어지지 않은 것같네요.

에일린은 다시 한번 자기합리화를 합니다, 정확히는.. 자기 최면이겠죠.
한번만 아프면 끝난다고, 또 다시 이러지 않을거니까 한번만... ..
에일린은 눈을 질끈 감고, 제 팔을 유리조각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그었습니다.

.. 눈을 조심스레 뜹니다, 제 팔에서는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고.
굉장히, 아픕니다.
생생한 감각입니다, 이렇게나 생생하게 베이는
감각을 느낀건 또 처음이고.. ..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에일린이 겁을 먹고 그어서 그런가, 그렇게 깊게 베인건 아닌 것인지
상처가 그리 심각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 심각해보이지는 않는
제 상처를 보고 조금 안심한 에일린은 잠시 심호흡을 합니다, 이렇게
해도 되는걸까? 라는 생각이 듬에도 멈추지 못 했습니다.

자신이 아는 방법은 이것 뿐이기에, 이거라도 해야만 자신이
안심이 될 것같았는걸요. .. 어찌됐던지 에일린은 쓰러진 그의
앞에서, 쭈그려앉았습니다. 허리를 굽히고, 무릎도 굽혀서..
옆으로 누워있는 그가 위를 볼 수있도록 돌려준 뒤, 그가
제 팔에 기댈 수있도록 그의 목 뒤에 제 팔을 놓습니다. ..
그리고 당신을 조금 일으켜세웁니다, 무리가 가지 않도록 아주
살짝만. .. 자신의 피를 목 너머로 흘러가게 만들 수있을 정도로만.

.. 그리고 에일린은 그의 입 안에 제 피가 들어갈 수있도록,
상처가 난 쪽의 제 팔을 공중에 조금 올려 흐르는 피가 그의 입에
닿을 수있도록 만들었습니다. .. 그 피를 목 너머로 흘려보내는건
그의 몫이 아닐까요? 에일린은 자신이 아픈걸 감수하면서도
최선을 다했으니까요.